대학원 석사 생활 2년 하고도 한 학기가 더 지나 드디어 졸업이 눈앞에 다가왔다. 지난 2년 반 동안 나의 발자취와 마음가짐을 돌아보고자 이번 포스팅을 작성하게 되었다. 혹시라도 이 글이 앞으로 대학원에 입학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했으면 좋겠다.
대학교 입학 전
가끔 수학 또는 영상 처리 관련 포스팅을 올릴 때 언급했던 것은 내가 컴퓨터 관련 학과 출신이 아닌 수학과 출신이라는 것이다. 나는 15학번 수학과로 입학했다. 그렇다면 왜 수학과에 입학했을까?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다른 과목은 몰라도 수학에 대한 관심은 많은 편이였다. 한 가지 예로 초등학교 때 진법에 대한 개념을 배운 적이 있다. 그리고 혼자서 공상에 빠질 때가 많았는데, 어느 날 드는 생각은 한명이 연속적인 자연수를 손으로 셀 수 있는 최대 숫자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가장 단순한 방법은 손가락 개수 = 숫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법을 손에 적용하여 $2^{10} - 1$이 최대 자연수임을 생각해보았다. 손가락을 폈을 때 1, 접었을 때 0이라고 하면 이진법으로 표기해보면 된다. 뭐... 선생님한테 이야기 했을 때는 쓸데없는 소리라고 해서 딱히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중학교 때부터 수학 점수는 항상 상위권이였고 고등학교에 가서도 수학 점수는 항상 높았다. 그래서 당시 든 생각은 '오직 수학만이 살길이다.'였다. 애초에 다른 과목은 공부를 하지도 않았고 관심이 붙지도 않았다. 그렇게 수학만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에서는 어떤 수학을 배우는 지 궁금해졌고 이런저런 원서를 찾아보다가 선형대수학을 찍먹해보았는데 생각보다 재밌어서 수학과로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다. 수능은 다른 과목은 다 망했지만 수리 영역만 1등급이 나오고 나는 수시파이터로써 6논술을 지원해서 2학교 빼고는 합격해서 현재 학교로 왔다.
대학교 1~2학년와 군대
우리 학교는 1학년 때 전공필수 과목으로 파이썬 코딩 과목이 있다. 문제는 살면서 한번도 코딩을 해본적도 없고 해봤을 때도 너무 재미가 없어서 앞으로 코딩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였다. 지금은 하루종일 코딩만 하는데 옛날 생각만 하면 참 어이가 없다. 하여튼, 1학년을 지나 2학년이 되었을 때 미분방정식이라는 수업을 들었는데 너무 재밌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미분방정식을 더 자세히 공부해보고 싶어서 처음으로 대학원에 대해서 알아보았던 거 같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대학수학경시대회를 참가하게 되는데 생각보다 큰 벽을 느꼇고 절망했다. 어차피 입상은 못할 것은 알았지만... 수학 쪽에서 내가 두각을 나타내기에는 많이 모자르다는 생각이 들어 수학쪽으로 대학원 진학을 하는 것을 포기하고 살길을 찾아야했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2016년에 내 인생을 바꿀 영상을 생방송으로 보게 된다.
바로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경기였다. 하숙집에서 밥 먹으면서 보고 있었는데 당시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아는 코딩은 파이썬 (당시에는 파이참이라는 존재도 몰라서 터미널에서 코딩 배운게 끝이였다.)으로 더하기 같은 거나 할 줄 아는 거였는데... 세계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 다음학기에 바로 컴퓨터공학과로 복수전공을 신청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남성들이 가지는 의무인 국방의 의무를 나도 지녀야했기 때문에 합격만 하고 17군번으로 7사단 화천 훈련소로 입영하게 된다.
군생활은 재미없으니 빠르게 패스하도록 하고 요약하면 7사단 훈련소로 갔다가 2군단 721 통신대대에 자대배치를 받게 된다. 그런데 군대에서도 공부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병부터 한국사검정시험이나 정보통신자격증, 그리고 Principle of Mathematica Analysis를 공부하기도 했다. 그렇게 18년도에 전역을 하고 복학 준비를 위해 힘을 쓰게 되는데...
복학과 대학교 3학년
복학하기전 컴퓨터공학으로 복수전공을 합격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코딩을 미리 공부해야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니 무작정 유튜브의 나동빈 님의 영상을 보고 매일매일 C언어와 C++ 코딩을 연습하였다. 내가 공부했던 방법이 옳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지금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컴퓨팅 사고 (Computational Thinking)"를 머리 속으로 배양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내가 어떤 코딩을 하고 싶은지 생각한다. 그리고 손으로 써서 코딩한다. 말그대로 종이에 펜을 들고 내가 타자로 코딩하듯이 한줄한줄 써간다. 그러고 결과를 예측하고 왜 그런 결과가 나올 것 같은지 논리적으로 정리한다. 이런 짓을 복학하기 약 5개월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했다. 그 결과 복학했을 때는 나름 컴퓨터공학에서 전공필수였던 객체지향프로그래밍 수업은 쉽게 들었던 걱 같다. 물론 수학과 수업도 매일 공부해서 대학교 3학년 1학기는 과 수석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성적장학금 개꿀!). 그리고 당시에는 대학원에 대한 생각을 잊고 살아서 그냥 취업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나름 스펙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턴을 찾아보다가 두번째로 나의 인생을 바꿀 기회를 만나게 된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인턴 생활
취업은 해야하고 이를 위한 스펙으로 무엇을 쌓아야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뭐라도 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 학과 게시판에 붙어있던 글을 보았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NIMS)"라는 기관에서 인턴을 뽑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위치는 대전으로 상당히 멀지만 지금 그런게 뭐가 중요하겠냐는 생각이 들어 관련 서류와 수학과 지도교수님의 추천서를 받아 바로 지원하게 됬고 합격 후 방학동안 대전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서 나는 인턴으로써 연구소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견문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수많은 연구원분들이 본인들의 연구에 열정적인 모습을 보며 나 역시 고무되어 공부에 대한 열망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인턴 담당자 분과 자주 대학원 진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마침, 인턴 생활을 하면서 딥 러닝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해봐서 기초적인 개념은 배웠다고 판단하여 대학원에 갈 준비를 하게 된다.
나의 대학원 입학의 이유는 단순하다. 그저 공부가 좋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또한, 앞으로 살날이 한참이나 남았는데 무슨 일을 해야 평생 열성적으로 몇 십년을 지낼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했을 때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활용할 수 있는 대학원에 가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원에 가는 것을 후회하냐고들 물어보았다. 지금 2년 반을 돌아봤을 때 고통스러웠던 적도 있었고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있었지만 적어도 그 기간 동안은 정말 열심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나만의 길을 걸었다. 따라서, 후회는 없다. 이를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배우고 싶은 것들이 더 생겼다. 그래서 다시 몇 년전으로 돌아가더라도 대학원 입학은 할 것 같다. 앞으로 대학원에 입학할 분들에게 꼭 언급하고 싶은 것은 도피성 대학원 진학이나 할 것이 없어서 온다면 생각보다 훨씬 힘들것이라는 거다. 그리고 공부라는 행위를 즐겼으면 좋겠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대학원 입학의 전초전으로 학부연구생으로 지내기 위한 교수님과의 컨택과 연구실 출근을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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